만성 설사 고양이에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FCoV) 유병률: 493마리 사례 연구 심층 분석
고양이의 만성 설사(Chronic Diarrhea, CD)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많은 경우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만성 설사는 최소 3주 이상 변이 무르거나 물처럼 나오는 상태를 의미하며, 감염, 기생충, 식이 반응성 장병증, 종양, 간·신장·췌장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종종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으로 진단되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원인을 배제한 후 내려지는 진단이다.
최근 만성 장병증 고양이에서 장내 세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장내 바이러스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특히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Feline Coronavirus, FCoV)는 급성 설사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어린 고양이에서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의 고양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 만성 FCoV 감염은 만성 대장성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설사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의 분변에서 FCoV가 자주 발견된다. 그러나 설사 증상이 없는 고양이의 분변에서도 FCoV가 발견되기 때문에, 설사 검사 패널에서 FCoV가 검출되더라도 그 임상적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 하에, 한 고양이 전문 병원에서 13.3년간의 기록을 후향적으로 검토하여 만성 설사 고양이에서의 FCoV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만성 설사를 앓는 고양이 493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586개의 분변 샘플에 대해 10가지 장 병원체(FCoV 포함)를 검사하는 RT-PCR 및 PCR 패널 검사를 시행하였다.
연구 결과, 만성 설사를 앓는 493마리의 고양이 중 321마리(65.1%)에서 FCoV가 발견되었다. 이는 조사된 병원체 중 가장 높은 유병률이다. 총 586개 샘플 중 FCoV RNA는 377개(64.3%),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독소 DNA는 319개(54.4%)에서 검출되었으며, 206개(35.2%) 샘플에서는 두 병원체가 동시에 양성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118마리(23.9%)의 고양이에서는 FCoV가 유일하게 검출된 병원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FCoV 단독 감염만으로도 만성 설사가 유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 분석 결과, 1세 미만의 어린 고양이에서 FCoV 양성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1세 미만 고양이 샘플 224개 중 166개(74.1%)가 양성으로 나타난 반면, 1세 이상 고양이 샘플 362개 중에서는 211개(58.3%)가 양성이었다. 또한, FCoV 양성률은 2월과 3월에 유의미하게 높은 계절적 경향을 보였다. 다른 병원체로는 지알디아(Giardia spp., 8.4%), 트리트리코모나스 블락버니(Tritrichomonas blagburni, 8.4%),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spp., 5.1%) 등이 검출되었다.
반복 검사를 받은 69마리의 고양이 중 54마리(78.3%)가 FCoV 양성이었으며, 이 중 39마리(72.2%)는 모든 검사에서 지속적으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는 만성 설사 고양이에서 FCoV 감염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9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보균묘(carrier cat)' 상태가 만성 장병증의 임상 증상과 관련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흔히 FCoV는 비병원성으로 간주되지만, 만성 설사 고양이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는 점은 이러한 가정을 재고하게 만든다. 만약 FCoV가 실제로 병원성을 가지며 만성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도 이를 간과한다면, 중요한 진단 및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설사를 앓는 고양이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FCoV의 잠재적 역할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