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며, 혼자 지내는 것보다 다른 토끼와 함께 지낼 때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삽니다. 따라서 한 마리의 토끼를 키우고 있다면, 적절한 동반자를 찾아주는 것이 토끼의 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토끼는 영역 동물이기도 해서, 단순히 두 마리를 같은 공간에 두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합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신중한 '결합'(Bonding) 과정이 필요합니다.

 

 

1. 합사 준비 및 고려사항

  • 짝 선택: 가장 안정적인 조합은 중성화된 수컷과 암컷입니다. 이는 야생에서의 자연스러운 그룹 형태와 유사합니다. 동성 간의 합사도 가능하지만, 특히 수컷-수컷 조합은 사춘기에 심하게 싸울 수 있으며 한번 싸움이 발생하면 다시 결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어린 토끼들을 함께 입양하는 경우 암컷-암컷 조합이 더 안정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토를 합사할 경우에는 중성화된 수컷-수컷 조합이 암컷-암컷 조합보다 영역 다툼이 적어 쉬울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중성화: 합사 전에 반드시 중성화를 해야 합니다. 이는 원치 않는 번식을 막고, 호르몬으로 인한 공격성(특히 영역 다툼, 수컷의 스프레이 행동, 암컷의 거짓 임신 관련 공격성 등)을 줄여줍니다. 수술 후 호르몬 수치가 안정될 때까지 약 6주 정도 기다린 후 합사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마리만 수술이 필요하더라도, 유대감이 형성된 경우 스트레스 감소와 관계 유지를 위해 함께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권장됩니다. (단, 토끼 한 마리만 키우고 있고 다른 토끼와 합사할 계획이 없으며, 성호르몬 관련 행동 문제가 없다면 중성화의 복지적 이득과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위험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 토끼의 사회성 이해: 토끼 사회에는 우위/종속 관계(서열)가 존재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싸움을 줄여 에너지를 보존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합사 과정에서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며, 주로 위협적인 행동(쫓기 등)이나 특정 상호작용(서로 머리를 낮추고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는 행동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한번 관계가 정립되면 심각한 공격성은 줄어들지만, 우위 토끼가 가끔 먹이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종속 토끼를 밀어내거나 쫓는 행동(Agonistic behaviour)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관계 유지 행동이므로 주인이 개입하여 "공평하게"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관계가 불안정해지고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2. 합사 방법

합사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 이미 유대감이 형성된 한 쌍 입양: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보호소 등에서 이미 함께 지내며 유대감이 형성된 토끼들을 함께 입양하는 것입니다.

 

  • 보호소를 통한 합사: 많은 보호소에서는 기존에 키우던 토끼를 데려가면, 보호소에 있는 다른 토끼와 중립적인 환경에서 합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전문가의 경험과 중립적인 환경 덕분에 성공률이 높습니다. 여러 후보 토끼와 만나볼 기회가 있어 가장 적합한 짝을 찾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합사가 성공하면 두 마리를 함께 집으로 데려오는데, 이때 집 환경을 완전히 소독하고 가구 배치를 바꾸는 등 기존 토끼의 영역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가정에서의 합사: 보호소의 도움 없이 집에서 직접 합사를 시도하는 방법입니다. 보호소보다 성공률이 낮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 빠른 합사 (Fast Bonding):
      • 핵심: 두 토끼 모두에게 완전히 낯선 중립적인 영역에서 만나게 합니다. 기존 토끼가 살던 공간은 철저히 청소하고 재배치하여 낯설게 만들어야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공간(다른 방, 창고 등)을 사용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 환경 조성: 음식 그릇, 은신처 등 특정 토끼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만한 물건은 모두 치웁니다. 건초나 간식은 바닥에 흩뿌려 관심을 분산시키고, 숨거나 시야를 차단할 수 있는 상자 등을 여러 개 놓아줍니다.
      • 과정: 준비된 공간에 두 토끼를 동시에 넣고,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끊임없이 지켜봅니다. 심각한 싸움(서로 상처를 입히려고 무는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개입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쫓기, 올라타기(마운팅), 털 뽑기 등은 서열을 정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만약 심각한 싸움이 발생하면 즉시 분리하고 '느린 합사' 방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성공적일 경우 3~7일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
    • 느린 합사 (Slow Bonding):
      • 핵심: 처음에는 직접적인 접촉 없이 서로를 인지하고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공격성이 이미 관찰되었거나 부상 위험이 클 때 더 안전한 방법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환경 조성: 두 개의 분리된 공간을 철망으로 나누어 설치합니다. 처음에는 철망 사이에 간격을 두어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간격을 줄여 코를 맞댈 수 있게 합니다. 각 공간에는 숨을 곳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 과정: 시각적, 후각적, 제한적인 신체적 접촉을 허용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주기적으로 서로의 공간을 바꿔주어 냄새를 섞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철망을 사이에 두고 적대적인 행동 없이 최소 1주일 이상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중립적인 공간이나 재배치된 공유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처음에는 5분 정도) 주인의 감독 하에 만나게 합니다. 점차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갑니다. 이 과정에서 공격성이 보이면 즉시 분리하고 이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접촉 시간을 줄입니다.

 

3. 합사 중 관찰되는 행동과 대처

합사 과정에서는 다양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서로 무시하기: 처음에는 좋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긴장 없이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줍니다.
  • 서로 핥아주기 (Allogrooming):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이후에도 약간의 다툼은 있을 수 있습니다.
  • 한 토끼가 다른 토끼 위로 점프하기: 서열을 정하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으며, 등이 살짝 찍히거나 털이 뽑힐 수 있지만 심각한 부상이 없다면 개입하지 않습니다.
  • 올라타기 (마운팅): 합사 초기에 흔하며, 성별이나 중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올라타인 토끼가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피하거나 가만히 있는다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싸움으로 번지면 분리해야 합니다. 봄철에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한 토끼는 다가가는데 다른 토끼는 얼어붙거나 피하기: 주로 종속적인 토끼가 보이는 행동으로, 심각한 공격성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방적인 상호작용이 계속되면 얼어붙었던 토끼가 결국 짜증을 내며 공격할 수도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 쫓고 쫓기기: 부상이 없고 일방적인 괴롭힘이 아니라면 서열 정리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상 위험이 있거나 한쪽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분리하고 합사 속도를 늦춥니다.
  • 싸움 (Fighting): 서로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히려 들고 털이 심하게 뽑히며 레슬링을 하는 경우입니다. 즉시 분리해야 합니다. 절대로 싸우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됩니다. 느린 합사 방법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짝을 찾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4. 합사 성공 후

유대감이 형성된 후에는 가능한 한 분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 방문 등 필요한 경우에도 함께 데려가야 유대감이 깨지는 것을 막고 토끼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토끼 합사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토끼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토끼들의 행동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험 많은 보호소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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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토끼 at 2025. 4.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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