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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천추유합 부전: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한 문헌고찰

서론

천추유합 부전은 천추를 형성하는 척추뼈들이 정상적으로 융합되지 못한 상태를 지칭하며, 고양이에서는 주로 요추-천추 또는 천추-미추 부위의 이행성 척추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선천성 척추 기형은 영상 검사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지만, 모든 경우에 임상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한 방사선 조사 연구에서는 고양이 200마리 중 23%에서 선천성 척추 이상이 확인되었고, 그 중 천추-미추 경계의 전이 척추가 가장 흔했다고 보고되었다. 임상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나, 천추 유합 부전으로 인한 만성적인 요천추 불안정성은 척추관 협착을 초래하여 마미총 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요천추 이행 척추를 가진 고양이에서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요천추 협착증이 발생할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으며(odds ratio ≈ 18.5), 이들에서 요통, 꼬리 처짐, 점프 곤란, 배뇨/배변 실금 등의 임상 증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그동안 개에서 주로 보고되던 요천추부 질환이 고양이에서도 임상적으로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천추유합 부전의 존재와 그 영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원인 분석

선천적 원인: 고양이의 천추유합 부전은 대부분 선천적인 척추 분절 형성 이상에 기인한다. 발생 과정에서 천추 및 미추 부위의 분화 또는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천추 이분증이나 요천추 과도분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요추의 천추화(예: 요추 개수가 정상보다 적은 경우) 또는 천추의 요추화(천추 분절이 분리되는 경우)와 같은 요천추 전이 이상이 이에 해당하며, 실제로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선천성 요천추 기형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천추 및 미추의 발달 이상은 척추이분증(spina bifida)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척수의 신경관 형성 부전과 척추궁 폐쇄 실패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맹스 고양이(Manx)의 경우 선천적 천추미추 형성부전(sacrococcygeal dysgenesis)이 흔하여 꼬리가 짧거나 없는데, 이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척추이분증이 동반되어 뒷다리 운동 장애나 배뇨/배변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맹스 고양이의 무미증(꼬리 없음)은 고전적으로 **단일 우성 유전자(M)**에 의해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유전자를 동형접합으로 가지면 배자 단계에서 치사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최근에는 이 맨스 유전자가 척추 형성에 관여하는 Brachyury (T) 유전자의 돌연변이임이 밝혀졌는데, 여러 계통의 맹스 고양이에서 서로 다른 프레임시프트 돌연변이가 확인되었으며, 무미 또는 단미 형질을 가진 고양이의 95%가 이 돌연변이를 헤테로접합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Brachyury 유전자의 **반수체 부족(haploinsufficiency)**이 고양이의 천추 및 미추 형성 이상과 연관됨을 보여준다. 이처럼 유전적 소인에 의해 선천적 천추유합 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정 품종(예: 맹스, 아메리칸 밥테일 등 단미 품종)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후천적 요인: 선천적 요인 외에도, 성장 후 퇴행성 변화나 외상 등에 의해 천추 부위의 안정성이 감소되어 2차적으로 천추유합 부전과 유사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양이에서는 개에 비해 추간판 탈출증이나 퇴행성 관절병증의 발생률이 낮지만, 나이가 들면서 요추-천추 간 디스크의 퇴행, 인대 비후, 후관절의 골관절염 및 척추골극증(spondylosis deformans) 등이 진행되어 퇴행성 요천추 협착증을 초래할 수 있다. 한 방사선 연구에서 비외상성 요천추부 이상은 전체 고양이의 약 30%에서 관찰되었는데, 연령 증대와 함께 척추의 골극 형성, 디스크 간격 협소화 등의 퇴행성 병변이 누적됨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선천적 이행 척추가 있는 개체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으며, 결국 마미총 신경을 압박하여 임상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외상 또한 후천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에서 요천추 분리천골 골절, 천추미추 탈구(일명 꼬리당김 손상) 등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신경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심한 외상 후 천장관절 부전 탈구나 골절 부위의 유합 실패는 영구적인 신경 기능 이상을 남길 수 있어 임상적으로 선천성 천추유합 부전과 유사한 문제를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태아기 환경적 요인도 선천성 척추 기형의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 임신 중 모체의 영양 결핍(예: 엽산 부족)이나 대사 이상, 특정 약물 또는 독소 노출 등은 척추 발생 과정에 악영향을 미쳐 신경관 결손이나 척추 분절 형성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선천성 천추유합 부전의 위험 인자로 제시되고 있으며, 사람의 경우 모체 당뇨병과의 관련성 등도 제기된 바 있다. 종합하면, 고양이 천추유합 부전의 발생에는 선천적 기형과 유전적 소인이 가장 큰 역할을 하며, 여기에 후천적인 퇴행성 변화나 외상이 악영향을 미쳐 임상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합병증

천추유합 부전으로 인해 요천추 부위의 안정성 감소척수 신경 압박이 발생하면 다양한 임상 증상과 합병증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마미증후군이 발현되어 요통후지(뒷다리) 허약, 운동실조가 발생하며, 꼬리를 잘 들지 못하고 보행 시 비정상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뒷다리 고유감각 저하, 운동실조, 슬개골 반사 감소 또는 소실 등이 관찰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근위축근력 약화가 진행된다. 통증은 요천추 부위를 눌렀을 때 확인될 수 있고, 만성 통증으로 인해 활동량 감소와 성격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신경 압박이 심각한 경우 배뇨 및 배변 장애가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마미총의 천수 신경근(S1–S3)이 침범되면 요실금이나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부분적인 신경 손상으로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만성 변비가 문제 될 수 있다. 실제로 요천추부 척추 이상이 있는 고양이들은 정상 고양이보다 변비 등의 대장 기능장애를 겪을 확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천추신경 손상으로 인한 장운동 장애나 통증으로 인한 배변 기피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변비가 진행될 경우 대장의 영구 확장인 거대결장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천추유합 부전으로 인한 요천추 구조 이상은 주변 근골격계에 보상성 변화를 일으켜, 인접한 추간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이나 인대의 석회화, 그리고 척추후만/전만 변형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추가 천추화된 경우 남은 요추분절에 과부하가 걸려 상위 분절의 추간판 변성이나 골극 형성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선천적 기형이 심한 고양이에서는 어린 나이에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척추이분증을 동반한 경우 생후 몇 주 내에 후지 마비감각 소실이 진행되어 성장하지 못하거나 안락사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다행히 경미한 천추유합 부전의 경우 임상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여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지만, 일단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면 장기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관련 질환

천추유합 부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병태이지만, 여러 척추 및 신경계 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먼저, 천추유합 부전으로 인한 마미총 압박은 마미총 증후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마미총 증후군은 요천추부 척수신경 뿌리가 눌려서 발생하는 임상 증상군으로, 보행 장애, 통증, 근력 약화와 함께 방광과 직장의 기능 이상을 특징으로 한다. 고양이에서는 개에 비해 드물지만, 요천추 이행 척추 등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마미총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퇴행성 요천추 협착증(degenerative lumbosacral stenosis)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퇴행성 요천추 협착증은 사람이나 개에서 흔히 보고되는 질환으로, 고양이에서도 고령 개체에서 섬유연골성 추간판 탈출이나 인대 비후로 인한 척수관 협착이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요천추 이행 척추가 있는 고양이는 나이가 들면서 해당 부위의 디스크 변성척추관 협착이 가속되어 임상적인 요천추 협착증이 발현될 위험이 높다고 하며, 이는 선천적 기형과 후천적 퇴행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천추유합 부전은 추간판 질환과도 관련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요천추 전이 이상이 있는 고양이에서는 인접 분절의 추간판에 비정상적인 하중이 가해져 퇴행이나 돌출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고양이에서 요천추 추간판탈출증의 유병률은 낮지만, 한 연구에서는 요천추부 추간판 질환이 천추화척추강직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하여, 선천적 기형이 추간판 질환의 소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선천성 천추유합 부전과 연관된 대표적인 질환으로 척추이분증을 들 수 있다. 척추이분증은 신경관 형성 부전으로 인해 척추궁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기형으로, 천추 및 미추 부위에 발생할 경우 수막류(수막이 돌출되는 경우)나 수막척수류(척수까지 돌출되는 경우)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맨스 고양이에서 척추이분증은 가장 흔한 선천성 신경계 이상으로 보고되며, 특히 꼬리가 전혀 없는 럼피(rumpy) 개체에서 다발한다. 척추이분증을 가진 고양이는 선천적 신경 손상의 정도에 따라 뒷다리를 토끼처럼 뛰는 호핑 걸음, 식물성 보행(뒷꿈치를 땅에 닿는 자세), 요실금변실금, 뒷다리 감각 소실 등의 임상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맨스 증후군(Manx syndrome)은 천추유합 부전의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천추 및 미추의 형성 이상에 척수 기형이 동반되어 증상이 중복으로 나타난다. 한편, 만성 변비와 거대결장도 천추유합 부전과 연관된 중요한 질환이다. 요천추부 신경이 손상되면 대장의 운동성이 감소하여 만성 변비가 유발될 수 있고, 오랜 변비로 인한 2차 거대결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비외상성 요천추부 이상이 있는 고양이에서 **대장 질환(변비/거대결장)**의 동반율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선천적 기형이 있는 경우에도 정상에 비해 약 1.9배, 후천적 퇴행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약 4배까지 대장 이상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천추유합 부전으로 인한 신경기능 장애가 배변 장애로 연결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며, 임상에서 척추 이상 고양이를 돌볼 때 장 기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외에, 천추유합 부전과 감별 또는 동반되어 고려해야 할 질환으로 고양이 특발성 신경증상(예: 고양이 거미막하낭종, 특발성 변비) 등이 있다. 천추 부위의 구조 이상이 확인된 경우, 임상가들은 외상성 손상 (예: 천미골 골절), 종양이나 염증성 병변 (예: 척수종양, 수막염) 등 다른 원인 질환도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의 축적으로 천추유합 부전 자체가 고양이에서 신경학적 및 대장학적 문제의 중요한 인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결론

고양이의 천추유합 부전은 기존에는 간과되기 쉬웠던 척추 이상이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그 임상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선천적인 요천추 분절 이상은 상당수의 고양이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지만, 일부 개체에서는 마미총 증후군, 변비 등 중대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천추유합 부전의 병태생리는 선천적 기형과 후천적 퇴행성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관리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고양이 천추유합 부전에 대한 전향적 역학 연구를 통해 정확한 발생률과 위험인자를 규명하고, 영상 진단기법의 발전(예: 고해상도 CT/MRI 활용)으로 미묘한 구조 이상까지 확인함으로써 조기 진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척추 이상을 가진 고양이에 대한 치료 전략예후에 관한 연구가 요구된다. 현재까지는 보존적 관리(안정, 소염진통제 등)와 외과적 감압/고정술 등이 제한적으로 보고되었을 뿐, 고양이에서 최적의 치료법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다기관 협력을 통한 증례 축적과 치료 성적 비교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임상 수의사들이 이러한 환자를 관리하는 데 큰 지침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맨스 고양이 등의 모델에서 척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기전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선천성 천추유합 부전의 예방 및 유전 상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하면, 고양이 천추유합 부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 투자는 해당 질환의 조기 진단과 효과적 치료를 가능케 하고, 궁극적으로 고양이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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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논문겉핥기/리포트 at 2025. 3. 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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