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의 반려동물은 잠들지 못한다
중환자실의 반려동물은 잠들지 못한다: 소음과 빛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 분석
회복과 치유 과정에서 수면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의 경우, 중환자실(ICU) 환경이 환자의 수면을 방해하고, 이는 심혈관계, 면역계, 호르몬 및 대사 항상성 장애를 유발하며 전반적인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이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이 반려동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과연 동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개와 고양이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을까? 최근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한 연구가 발표되어, 중환자실 환경이 동물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조명하였다.
본 연구는 한 대학 부속 동물병원의 중환자실에서 4주간 진행된 전향적 관찰 연구로, 총 96마리의 개와 16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팀은 매시간마다 환자의 활동 상태를 '활동', '휴식', '수면'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기록하였으며, 동시에 중환자실 내부의 소음 수준, 조명 상태, 상주 인원수와 같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관찰된 시간 동안 개는 중앙값 기준 40%를 수면 상태로 보낸 반면, 고양이는 단 11%만을 수면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한 상태의 개가 하루 평균 10.1시간, 고양이가 13.2시간을 자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로, 중환자실 환경이 동물의 수면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의 핵심은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환경 요인을 통계적으로 규명한 데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빛'과 '소음'이었다. 중환자실의 조명은 관찰 시간의 82.5% 동안 밝은 상태로 유지되었으며, 심지어 일반적인 야간 시간(오후 9시 - 오전 6시)으로 간주되는 시간대에도 62.1%는 밝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분석 결과, 조명을 어둡게 했을 때 환자가 잠들어 있을 확률은 1.7배나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소음 수준 역시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음 수준이 한 단계 증가할 때마다 환자가 잠들어 있을 확률은 0.66배로 감소하는 역의 관계를 보였다. 특히 중환자실 내 인원이 많거나 주요 처치가 이루어지는 오전 시간에 소음 수준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종에 따른 차이였다. 고양이는 개보다 잠들어 있을 확률이 현저히 낮았으며(OR: 0.44), 중환자실 환경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한 상태에서는 고양이가 개보다 더 많은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진 사실과 대조되는 결과로, 소음과 낯선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고양이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은 고양이가 실제로는 깨어있으면서 잠든 척하는 '거짓 수면(feigned sleep)' 행동을 보일 수 있어, 실제 수면 시간은 기록된 것보다 훨씬 더 적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흥미롭게도,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수면 시간도 하루 평균 0.4시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동물들이 시간에 따라 중환자실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동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개와 고양이들이 인간 환자들과 유사하게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이 과도한 소음과 지속적인 밝은 조명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있음을 최초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히 동물의 복지를 넘어, 수면이 회복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지닌다. 연구 결과는 지정된 '조용한 시간(quiet hours)'을 도입하고, 야간에는 조명을 자동으로 어둡게 조절하며, 가능한 경우 고양이와 개의 공간을 분리하는 등의 간단한 환경 개선만으로도 환자의 수면을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치료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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