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비대성 심근병증(HCM) 예후 예측: 혈액 검사 지표(NLR, PNR)의 새로운 가능성
1. 연구 배경: 왜 이 연구가 필요했을까요?
비대성 심근병증(HCM)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심장 질환으로, 최대 15%의 고양이가 이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CM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울혈성 심부전(CHF), 급사, 그리고 치명적인 합병증인 심인성 동맥 혈전색전증(CAT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CATE는 생존율이 40% 미만일 정도로 매우 예후가 불량합니다.
현재 HCM 환자의 위험도 평가는 주로 심장초음파 소견(좌심방 확장, 좌심방 내 자연발생 에코(SEC) 등)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CATE 위험이 높은 많은 고양이가 실제로는 무증상이며 청진상 특이 소견이 없어, 심초음파 스크리닝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저자들은 전혈구 검사(CBC)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호중구:림프구 비율'(NLR)과 '혈소판:호중구 비율'(PNR)이라는 두 가지 혈액학적 표지자에 주목했습니다. NLR은 전신 염증의 지표로, PNR은 혈전 형성 위험 및 염증-혈전증 상호작용의 지표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이 지표들이 건강한 고양이, HCM 환묘, 그리고 CATE 환묘에서 어떻게 다르며, 특히 HCM 환묘의 심장 관련 사망률을 예측하는 예후 인자로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2. 연구 방법: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향적으로 등록된 총 110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상은 42마리의 건강한 고양이, 57마리의 HCM 환묘(B1, B2, C 단계 포함), 그리고 11마리의 CATE 환묘로 구성되었습니다.
모든 고양이는 신체검사, 심장초음파, 그리고 전혈구 검사(CBC)를 받았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룹 간 NLR 및 PNR 수치를 비교하였으며, 이후 의료 기록과 보호자 인터뷰를 통해 사망 원인, 생존 기간 등 예후 데이터를 수집하였습니다. Kaplan-Meier 생존 곡선 및 Cox 비례 위험 모델을 사용하여 NLR 및 PNR과 심장 관련 사망률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3. 핵심 결과: 무엇을 발견했나요?
연구에서 도출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핵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NLR (호중구:림프구 비율): CATE 그룹(중앙값 5.8)이 HCM 그룹(3.3)과 건강 그룹(2.1)에 비해 유의미하게 가장 높았습니다. 또한 HCM 그룹은 건강 그룹보다 높은 NLR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HCM과 CATE가 전신 염증 상태와 관련 있음을 시사합니다.
- PNR (혈소판:호중구 비율): CATE 그룹(중앙값 16.6)이 건강 그룹이나 HCM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건강 그룹과 HCM 그룹 간의 PNR 중앙값에는 통계적 차이가 없었습니다.
- 핵심 예후 인자 (PNR):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입니다. HCM 환묘 중 PNR이 40 미만인 고양이는 40 이상인 고양이에 비해 중앙 생존 기간(MST)이 유의미하게 짧았습니다 (약 1093-1185일).
- 위험도 분석: Cox 비례 위험 모델 분석 결과, HCM 진단 시 PNR이 40 미만인 고양이는 심장 관련 사망 위험이 약 9.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심초음파 예후 인자인 '좌심방 확장'(LA:Ao > 1.6, 위험도 3.1배)보다도 더 강력한 예후 예측 인자였습니다.

4. 임상적 의의 및 결론: 그래서 이 연구가 왜 중요할까요?
이번 연구 결과는 PNR이 접근성 높고 비용 효율적인 혈액학적 표지자로서, 특히 초기 무증상 HCM 환묘에서 기존의 심초음파 소견보다 뛰어난 예후 예측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임상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무증상 HCM 환묘 보호자에게 예후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번 연구는 PNR 수치가 40 미만으로 낮게 측정될 경우, 해당 환자가 외견상 증상이 없더라도 향후 심장 관련 문제로 사망할 위험이 약 10배나 높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합니다.
PNR 감소가 예후 불량과 연관되는 이유로, 저자들은 혈소판 소모 및 혈소판-호중구 응집체 형성을 지목합니다. 즉, PNR이 낮다는 것은 이미 체내에서 혈전 형성을 촉진하는 '혈전염증(thromboinflammation)' 상태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CATE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조기에 위험군을 식별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전 연구와 달리 본 연구에서 NLR은 HCM 환묘의 유의미한 예후 인자로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저자들은 이 코호트의 대부분이 초기(B1 단계)에 진단되어 생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닙니다. 첫째, 혈액 샘플이 임상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EDTA 튜브가 아닌, 혈소판 응집을 최소화하는 '시트레이트(citrate)' 튜브로 채취되었습니다. 일반적인 EDTA 샘플에서는 고양이의 혈소판 응집 문제로 PNR 측정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임상 적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샘플 수가 비교적 적고, 단일 시점의 측정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5. 요약 및 마무리
이번 연구는 고양이 HCM 진단 시 측정한 PNR(혈소판:호중구 비율)이 40 미만일 경우, 심장 관련 사망 위험이 현저히(약 10배) 증가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PNR은 특히 무증상 초기 HCM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비용 효율적인 예후 표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Reference)] Yoon, L. I., & Li, R. H. L. (2025). Evaluation of neutrophil:lymphocyte and platelet:neutrophil ratios and their prognostic utility in cats with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nd cardiogenic arterial thromboembolism. 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 1-11.
'논문겉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건강한 치와와에 심장병은 얼마나 숨어 있을까? (0) | 2025.11.16 |
|---|---|
| 고양이 담낭 슬러지, 감염이나 간염을 의미할까요? (0) | 2025.11.08 |
| 혈청 CRP와 단백뇨의 연관성: 전신 염증이 개의 단백뇨를 유발할 수 있을까? (0) | 2025.11.04 |
| 고양이 빈혈 및 혈소판 감소증, 안과 병변 유병률과의 연관성 분석 (0) | 2025.11.02 |
| 고양이 리파아제(Lipase) 수치, 높다고 다 췌장염일까? 최신 논문 분석 (0) | 2025.10.09 |